출판윤리 온라인 워크숍(2022-E02) 동료심사와 출판윤리 참관기

유수현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연구자는 학술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 연구자가 지켜야 할 학술출판 윤리는 익히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부실 학술지 및 허위 학술행사에 대한 뉴스 보도로 연구자의 경각심 또한 커진 바 있다. 연구자가 연구 성과물을 발표하는 과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또 다른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는 바로 동료심사자이다. 동료심사자는 스스로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동료의 성과물을 객관적으로 심사해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있다.

필자도 학술논문을 심사하면서 심사의 깊이와 범위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다행히 필자가 접한 학술지의 대부분은 어떤 부분을 심사해야 하는지 질문을 제시하고, 해당 질문의 포인트를 찾아 심사 의견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사 의뢰를 받을 때마다 이 논문이 학술지의 발행의도와 맞는가, 편집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동료심사자의 의견은 어떠한가 등 무수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이러한 와중에 접한 워크숍이 바로 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이하 과편협)에서 진행하는 출판윤리 온라인 워크숍이었다. 2022년 8월 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동료심사와 출판윤리를 주제로 1) Historical view of peer review system, 2) 국내 연구자의 국제 학술지 동료 심사 활동에 관한 연구, 3) Reviewer roles and responsibilities (CSE), 4) Peerreview: policy and COPE ethical guidelines에 대한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다(표 1, 그림 1).

첫 발표는 서태설 박사님의 으로, 동료심사가 언제 시작되어서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동료심사는 19세기 초에 시작되었고, 1991년에는 동료심사가 없는 preprint가 등장했을 뿐더러, 2013년에는 출판된 후에 동료심사를 실시하는 post-publication peer review가 도입되기도 하였다. 또한 동료심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사 보고서를 공개하거나 심사 실적 정보를 공개하는 시스템, 블록체인과 지식 베이스 등을 활용한 연구 등이 소개되었다(그림 2). 나아가 학술출판의 대상이 논문에서 데이터, 코드, 프로토콜 등으로 확장되면서 데이터 출판에 학술논문 심사와는 다른 기준의 동료심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발표는 조재인 교수님의 <국내 연구자의 국제 학술지 동료 심사 활동에 관한 연구>였다. Publons을 활용하여 국제 학술지 심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연구자를 추출하여 그들의 심사 활동을 분석한 내용을 소개해 주셨다. 분석 결과 공학, 의약학 분야 연구자가 많았으며, 모든 학문 분야에서 월등히 많은 심사 논문 수를 보이는 극소수의 연구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심사자당 평균 심사 건수는 생명 및 자연과학 분야가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높은 심사 수를 보이는 연구자가 그만큼 높은 연구 실적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논문을 왕성하게 출판하는 연구자가 심사자보다 평균 연령대가 낮은 건 아닐까? 젊은 연구자 그룹을 대상으로 심사 논문 수와 연구 실적 간의 관계를 살펴보아도 약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한다. 발표 이후 많은 질의응답이 오갔는데, Publons 시스템에 등록된 심사 이력자료의 한계와 국내 전체 심사자의 특성으로 일반화하기 어려운 연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연구자의 심사 활동을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동료심사와 학술출판도 하나의 연구 분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조교수님의 학술출판 관련 실증연구가 벌써 기다려진다.



<표 1> 과편협의 출판윤리 온라인 워크숍(2022-E02) : 동료심사와 출판윤리 프로그램

출판윤리 온라인 워크숍: 동료심사와 출판윤리
일시 2022년 8월 5일(금) 14:30
장소 Virtual on-line Workshop (Zoom)
사회 윤철희(과편협 출판윤리위원장; 서울대)
14:30-14:40 인사말
윤철희(과편협 출판윤리위원장; 서울대)
14:40-15:05 Historical view of peer review system
(서태설, 과편협 정보관리위원장;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15:05-15:30 국내 연구자의 국제 학술지 동료 심사 활동에 관한 연구
(조재인, 인천대)
15:30-15:40 Break
15:40-16:05 Reviewer roles and responsibilities (CSE)
(한동수, 의편협 부회장; 한양대)
16:05-16:30 Peer-review: policy and COPE ethical guidelines
(윤철희, 과편협 출판윤리위원장; 서울대)
16:30-17:00 질의응답 및 폐회


<그림1> 과편협의 출판윤리 온라인 워크숍(2022-E02): 동료심사와 출판윤리 발표자료 화면


<그림2> 블록체인, 지식베이스, OPR 등을 활용한 동료심사 문제점 해결방안 발표자료 화면

세 번째 발표는 <Reviewer Roles and Responsibilities - CSE>로, 한동수 교수님께서 CSE (Council of Science Editors)에서 제시하는 심사자의 역할과 책임을 소개해 주셨다. 저자, 편집인, 독자에 대한 심사자의 책임을 하나씩 설명해 주셨는데, 판단의 공정함, 해당 분야의 전문성 외에도 학술출판에서 저자, 편집인, 독자에 대한 책임을 주지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또한 심사의 과정이 학술지의 평판과 위상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심사자의 어깨가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사자의 윤리적 책임에 있어서, 저자의 지적 독립성을 보전해야 한다는 부분은 쉽지 않으면서도 심사 시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만큼 해당 연구에 대해 깊게 고민한 사람은 없으며, 심사자는 저자의 연구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노력하고 고생한 심사자에 대한 보상은 무엇일까. CSE에서는 학술지에 심사자를 게시하여 감사를 표하거나, 연수 평점을 부여하거나, Publons이나 ORCID Reviewer Recognition과 같은 심사자 관련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심사 활동에 대한 기록과 프로필을 유지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가 논문을 심사한 한 출판사는 해당 출판사에서 출판한 논문 40편을 3개월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심사자가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한 축으로 헌신하는 데에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발표로 윤철희 교수님의 <Peer-review: policy and COPE ethical guidelines> 발표가 이어졌다. 윤철희 교수님은 학술출판에서 투명성 원칙과 처리 기준 등 국제 수준의 각종 규정과 COPE (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의 동료심사 윤리 가이드라인, 편집인이 지켜야 할 원칙을 소개해 주셨다. 동료심사 윤리 가이드라인에는 심사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은 물론, 심사를 수행할 때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들, 심사의견서를 작성하는 법, 심사 이후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또한 동료심사 스킬을 향상시키기 위한 멘토링이나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있음을 소개해 주셨다. 과편협에서 제공하는 출판윤리 워크숍도 이러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일 것이다. 과편협에서 동료심사 관련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어떨까? 학문 분야에 관계없이 심사자가 알아야 할 책임과 역할을 알려주고, 학문 분야별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과편협에서 제공하는 워크숍에서는 실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 공유되고, 어려움을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동료심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서부터 학술출판에서 심사자의 역할과 윤리적인 책임까지 폭넓은 내용을 배우게 되었다. 많은 질의응답 속에서 참가하신 편집인들의 고민과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워크숍을 준비해주신 발표자와 과편협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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