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의 가시성(visibility) 향상을 위한 멀티미디어 전략: 논문을 ‘읽는’ 시대에서 ‘보여주는’ 시대로…

오광일 | 과편협 원고편집위원, Editage 이사

우리는 학술출판에 대해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학술지’, 영어로는 ‘저널(journal)’이라고 불리는 매체와 연관되는 이미지는 어떠한 모습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학술지’를 “학술ㆍ예술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글을 싣는 잡지”라고 정의하고 있다[1]. 그럼, 영어사전에 나오는 ‘journal’의 정의는 어떨까? Oxford Learner’s Dictionary of Academic English에서 ‘journal’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니, “a newspaper or magazine that deals with a particular subject or profession” 이라고 나온다[2]. 이렇게 보면 ‘journal’을 학술지라고 번역하는 것은 정확한 의미 전달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사전에는 ‘전문적인’이라고 확정하지 않은 듯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리말의 ‘학술지’는 ‘academic journal’ 또는 ‘scientific journal’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이런 사전적인 의미의 차이가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런 차이는 학술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연구 성과를 널리 알리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학술지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 잡다 보니, ‘과학의 대중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학술 출판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수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 학술지 또는 우리 학술지를 통해 발표되는 연구 성과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불안함이 가장 크지 않을까? 즉, 학술지의 ‘가시성(visibility)’ 또는 ‘발견 가능성(discoverability)’에 대한 고민이 학술지 출판인들의 마음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은 아닐까?

여기서 사고의 틀을 비틀어 볼 필요가 있다. 학술지는 이제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을 ‘출판’하는 것을 넘어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즉, ‘과학 출판(science publishing)’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science communication)”으로의 사고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과학 커뮤니케이터(science communicator)’가 되어야 한다. 논문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시대가 성큼 눈 앞에 다가온 것이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적절한 기법(skills), 매체(media), 활동(activities), 그리고 대화(dialogue)를 사용하여 과학에 대한 개인적인 반응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3]. 그럼 전통적인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모습일까? 학술지는 논문들을 모아 인쇄하여 출판하고, 독자들이 읽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여기에서 말하는 독자는 과학자(연구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인쇄라는 매체를 통해 논문이라는 단일한 형태의 콘텐츠(single-format contents)를 단선형 의사소통(one-way communication)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의 참여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다면 변화된 환경에서의 새로운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multiple-format contents)를 다방향 의사소통(multidirectional communication)이 가능한 방식으로 폭넓은 독자층(wider audience)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양방향 의사소통은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과학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넘어서 내용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갖게 되고, 다른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도 있게 된다. 학술지와의 1단계 의사소통을 넘어서서 2단계, 또는 ‘N’ 단계의 의사소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전통적인 과학 커뮤니케이션에서 새로운 과학 커뮤니케이션으로의 변화를 표 1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표 1.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전통적인 과학 커뮤니케이션 새로운 과학 커뮤니케이션
단일 매체 복합 매체
단일한 형태의 콘텐츠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단선형 의사소통 양방향 또는 다방향(multidirectional) 의사소통
핵심 독자층 광범위한 독자층
독자의 제한적 참여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

새로운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무엇일까? 수많은 목표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새로운 발견을, 연구를 위한 과학자들의 열정을, 과학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그리고 궁극적으로 과학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인쇄 매체를 포함하여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 즉, 매체 변환(media conversion)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옮긴 것 역시 매체 변환이다. 이제는 활자화된 논문을 다양한 형태로 옮겨야 한다. 매체 변환의 예를 표 2로 정리해 보았다.

표 2. 매체 변환의 예

제목 제목
학술 언어 -> 대중 언어
긴 논문 -> 1 페이지 미만으로 요약
논문 -> 시각자료(infographics, 동영상 등)
논문 -> 말로 설명(인터뷰, 저자와의 만남 등)

그 다음으로 할 일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다. 과학 콘텐츠를 다양한 독자층에 전달하고 싶다면 매체 변환보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럼 어떤 채널들을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다양한 채널들을 경계 없이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교차 채널 커뮤니케이션(cross channel communication)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우리 학술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채널로 대중 채널, 연구 채널, 사회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 채널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중 채널은 비과학자인 일반인들이 접하는 채널로 뉴스 포털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대중 채널에 학술지의 내용을 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과학 전문 기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겠다. 바로 연구 채널과 SNS채 널을 확보해 보자. 의미 있는 연구 성과들을 과학 기사로 정리하여 ‘EurekAlert’나 ‘Medium’ 같은 채널을 통해 노출시키는 것이 좋다. 특히 EurekAlert는 유료 채널이기는 하지만 AP, Reuters, CNN 같은 해외 뉴스 매체에서 많이 인용하고 있고, 그 영향력이 이미 증명된 채널이다.

연구 채널은 뉴스 매체를 통해 독자와 의사소통하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하면서 연구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채널이다.

반면에 SNS 채널은 광범위한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채널이다. SNS는 개인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생각과 의견뿐 아니라, 정보까지 공유하는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진화하였다. 유튜브(YouTube)를 통해 연구 성과를 동영상으로 꾸준히 노출시키면 정기적인 독자층이 형성될 것이다. 프로페셔널 페이스북(professional Facebook)이라고도 불리는 링크드인(LinkedIn)도 유용한 채널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링크드인 채널을 활용하여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링크드인과 유튜브는 콘텐츠가 축적된다는 장점이 있다. 트위터(Twitter)는 짧은 문구로 독자 또는 연구자들이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 당연히 압축된 메시지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핵심이다.

대부분의 학술지가 홈페이지 위주의 단선형 의사소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SNS 채널을 운영하더라도 학회 내에서의 정보 공유 기능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학술지마다 처한 상황과 당면한 목표 및 과제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학술지에 담긴 소중한 연구 성과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은 공통의 목표일 것이라고 믿는다. 학술지의 가시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 언급된 내용들이 각자의 현실에 맞는 멀티미디어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1. 출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501137&searchKeywordTo=3

2. 출처: https://www.oxfordlearnersdictionaries.com/definition/academic/journal?q=journal

3. Burns TW, O'Connor DJ, Stocklmayer SM. Science communication: a contemporary definition. Public Underst Sci2003;12:183-202. DOI: 10.1177/0963662503012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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