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연구윤리 및 출판윤리 매뉴얼

Manual for Research and Publication Ethics in Science and Engineering

황 은성(Hwang Eun Seong), 조 은희(Cho Eun Hee), 김 영목(Kim Young-Mog), 박 기범(Park Kibeom), 손 화철(Son Wha-Chul), 윤 태웅(Yoon Tae-Woong), 임 정묵(Lim Jeong Mook)
ISBN-13: 978-89-97020-13-3 93190
Korean Council of Science Editors
제1장. 연구윤리의 범위

제1장. 연구윤리의 범위

I. 실천해야 할 연구윤리의 범위

(1) 과학 연구의 기본적 규범

- 현대사회에 들어서 과학은 더 이상 상아탑 안에서 순수하게 진실 발견의 희열에 의해서만 수행되고 있지는 않다.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하는 대가로 보수를 받거나 급여를 보조 받고 있다. 또한, 연구자들은 연구의 지식재산화를 통해 부를 축적하기도 한다. 즉, 현대사회에서 연구활동은 지식의 생산자라는 학자적 명예를 높이는 데에만 그치지 않으며, 중요한 경제적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추세를 보면 연구자들에게 가해지는 연구 성과에 대한 압박은 점차 커지고 있다. 더불어 연구자들의 수 역시 늘어나 연구비 및 연구주제에 대한 연구자 간의 경쟁도 급격히 심해지고 있다. 한편으로 현대과학에서는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할 매우 민감하고 위험한 영역의 연구가 크게 제재를 받지 않고 행해지기도 한다. 또한, 한 사람의 과학자 아래 수 명 또는 수십 명의 연구원들이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서 과거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연구원 간의 경쟁과 갈등이 문제로 대두하여 치밀한 연구지도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 이러한 변화들은 연구자의 급증 및 학문영역의 확대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과거 소수 연구자들이 주도해온 연구 관행에 기초한 연구 전통의 틀은 더 이상 존중되지 않으며, 실질적인 요구와 편의에 의해 쉽게 깨뜨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이 자신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윤리 규범이나 표준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일은 그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 이러한 맥락을 감안할 때, 국제적으로 과학계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데이빗 레스닉(David B. Resnick)이 제안한 「연구의 윤리적 실천 원칙(Principles for ethical conduct in research)」을 우리나라 연구자들도 잘 숙지하고 체득할 필요가 있다. 1998년 레스닉은 12개의 실천 원칙(또는 실천 덕목)을 처음 제안한 바 있다. 이어, 2009년 레스닉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윤리적 쟁점들을 고려하여 12개의 실천 원칙을 새로이 수정·발표하였다. 2009년 원칙에서는 현대 과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지식재산 문제, 동료 및 피험 대상의 권리 존중 문제, 자원 관리 문제 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1998년 원칙에서는 연구진실성 자체를 중심으로 한 실천덕목이 강조되었던 반면, 2009년 원칙에서는 연구자와 자원의 존중을 중심으로 한 실천덕목이 강조되었다. 1998년 원칙을 단지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하고 말 것이 아니라 1998년 원칙과 2009년 원칙 모두를 잘 이해하고 따를 필요가 있다. 이런 뜻에서 1998년 원칙과 2009년 원칙들을 모두 소개한다.

연구의 윤리적 실천 원칙(Principles for ethical conduct in research), 19981

① 정직함honesty - 데이터나 연구결과를 조작하거나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연구과정의 모든 측면에서 객관적이고 비편향적이며 정직해야 한다.

② 주의깊음carefulness - 연구 수행 과정 및 결과 제시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한다. 실험적·방법론적·인간적 오류를 최소화하고, 자기기만·편향·이해갈등을 피해야 한다.

③ 개방과 수용openness - 데이터, 결과, 방법, 아이디어, 기법, 도구 등을 공유해야 한다.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의 작업을 심사하는 것을 허용하고 비판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

④ 자유freedom - 과학자는 어떠한 연구든지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낡은 아이디어를 비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할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⑤ 공정한 공로 배분과 책임credit - 공로는 실제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만 주어져야 하고 공로를 인정받은 과학자는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 개인이 어떤 연구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 경우에만 그것에 대한 공로도 주어져야 한다.

⑥ 교육education - 과학자는 예비과학자들을 훈련시키고 그들이 좋은 과학을 수행하는 방법을 확실히 배우도록 도와야 한다. 더 나아가 과학자는 일반 대중에게 과학에 대해서 교육하고 알려줄 의무가 있다.

⑦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을 피하고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학자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공공 토론에 참여하며, 전문가 증언을 제공하고, 과학 정책의 결정을 도우며, 엉터리 과학을 폭로할 의무를 지닌다.

⑧ 준법legality - 과학자에게는 자신의 활동에 적용되는 각종 법규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는 위해물질의 사용, 인간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 폐기물의 처리, 고용관행, 연구자금의 관리, 저작권과 특허 등에 관한 법규가 포함된다.

⑨ 기회 제공opportunity - 어떤 과학자라도 과학적 자원을 사용하거나 과학적 직업에서 승진할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과학자는 인종, 성별, 국적, 연령 등과 같이 과학적 능력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특징에 기초하여 동료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⑩ 상호존중mutual respect - 과학자는 서로 존중함으로써 협력과 신뢰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신체적 혹은 심리적으로 다른 과학자들을 해치지 않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각자의 실험 혹은 연구결과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⑪ 효율성efficiency -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과학자가 한 논문으로 보고될 수 있는 연구를 여러 편의 논문으로 쪼개어 출간하는 행위도 과학공동체의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다.

⑫ 실험대상에 대한 존중respect for subjects -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할 때, 인권 혹은 존엄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동물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할 때도 적절한 존엄성과 조심성을 가져야 한다.

연구의 윤리적 실천 원칙(Principles for ethical conduct in research), 20092

① 정직함honesty - 과학자는 데이터나 연구결과, 방법과 절차, 출판상황(publication status), 참여자의 기여도, 이해충돌의 가능성 등에 대해 정직하게 보고해야 한다. 논문, 보고서, 연구비 신청서들에서 데이터를 날조, 변조하거나 왜곡하여 제시해서는 안 된다. 과학자는 연구과정의 모든 측면에서 객관적이고 비편향적이며 정직해야 한다.

② 객관적 타당성objectivity - 실험계획, 데이터 분석과 해석은 물론, 논문심사, 연구비 신청, 전문가 진술 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객관적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 애써야 한다.

③ 개방과 수용openness - 과학자는 데이터, 결과, 방법, 아이디어, 기법, 도구, 재료 등을 공유해야 한다. 다른 과학자들의 비판을 수용하는 한편,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

④ 비밀준수confidentiality - 논문심사와 연구비 제안서 등은 물론, 기업과 군사의 기밀사항, 그리고 연구대상인 환자나 피실험자의 개인기록에 대한 보안을 확보해야 한다.

⑤ 주의깊음carefulness - 과학자는 본인뿐 아니라 동료의 연구 수행 과정이나 결과 제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치 않도록 주의를 기해야 한다. 데이터 수집, 실험디자인, 피험자 동의 확보, 논문투고 후 교신 등의 연구활동에서 철저히 기록을 남겨야 한다. 꾸준히 스스로를 교육하여 전문가적 자신감과 탁월성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과학계 전체의 탁월성 증진도 이루어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⑥ 동료의 존중respect for colleagues - 동료, 학생, 그리고 부하 연구원을 존중해야 한다. 동료를 해치지 말고, 공정히 대우해야 한다. 성, 인종, 종교 등 과학적 소양과는 무관한 이유로 동료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차세대 과학자들을 교육하고, 보육하며 도와야 한다.

⑦ 지식재산의 존중respect for intellectual property - 특허, 저작권 등 지식재산을 존중해야 한다. 타인의 발표되지 않은 데이터, 방법 또는 결과를 허가 없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인용을 한 경우 출처를 밝혀야 하며, 표절해서는 안 된다.

⑧ 준법respect for the law -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활동에 적용되는 법규 및 기관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⑨ 실험대상의 존중respect for subjects - 실험대상 동물에 대해서 적절한 존엄성을 가지고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필요하지 않거나 제대로 계획되지 않은 동물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고통과 해를 최소화하고 혜택을 최대화해야 한다. 인권, 사생활, 자유의지를 존중해야 한다. 취약한 계층에 대해서는 특히 조심해야 하며, 연구에 따른 혜택과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

⑩ 자원의 관리stewardship - 인적, 경제적, 기술적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자원, 도구, 샘플, 연구현장을 잘 관리해야 한다.

⑪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 연구, 컨설팅, 전문가증언, 대중교육과 적극적 지지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좋은 결실이 유발되도록 애써야 한다.

⑫ 자유freedom - 과학자의 사고와 탐구에의 자유는 연구기관과 정부에 의해서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

(2) 과학 연구에서 확보되어야 할 최고의 가치 - 연구진실성

- 연구자는 단순히 연구윤리를 준수하고자 하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자신의 연구에서 올바르고 완벽함을 추구하겠다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연구에 임해야 한다. 즉, 연구에서 진실성(연구진실성; research integrity)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연구진실성이란 단순히 연구 데이터의 진실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진실성은 연구자의 성실함과 정직성까지를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며, 연구수행의 전 과정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미국 국립과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서 발간한 『Integrity in scientific research』3에서는 개인 연구자가 추구해야 할 연구진실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For the individual scientist, integrity embodies above all a commitment to intellectual honesty and personal responsibility for one’s actions and to a range of practices that characterize responsible research conduct.

These practices include:

  • • intellectual honesty in proposing, performing, and reporting research

  • • accuracy in representing contributions to research proposals and reports

  • • fairness in peer review

  • • collegiality in scientific interactions, including communications and sharing of resources

  • • transparency in conflicts of interest or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 • protection of human subjects in the conduct of research

  • • humane care of animals in the conduct of research

  • • adherence to the mutual responsibilities between investigators and their research teams

II. 이공계 연구의 특징

- 인문·사회계와 비교할 때, 이공계 연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① 협업연구: 다수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할 때, 연구수행과정에서나 도출된 연구결실에 대해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갈등은 종종 연구부정으로 이어지며, 연구의 진실성을 훼손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연구 전체를 조망하고 감독하는 연구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때로는 “2005년 줄기세포연구 부정사태”의 경우와 같이 연구책임자가 연구부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대부분의 이공계 연구는 협업의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논문의 저자는 지도교수나 책임연구원을 포함한 다수가 된다. 이 점은 인문계열의 경우와 아주 다른데, 인문계열, 특히 문학, 사학, 철학에서는 “논문작성 시에 일어나는 사고(思考)의 발전이 논문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이 작성한 논문에 지도교수가 저자로 함께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하여 학생이 단독으로 저자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② 실험실 연구: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이 실험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실험을 수행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이를 통해서 연구원들은 학문적으로 소중한 동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공간적인 문제 또는 대인 관계에서 파생되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아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구책임자가 이런 가능성을 인식하고 실험실 관리를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③ 실험과 결과제시에서의 다양성: 이공계 연구에서는 매우 다양한 실험과 측정방법들이 사용된다. 연구원들은 기기들의 사용 방법과 원리를 숙지하고 실험에 임하지 않으면 결과 해석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또한, 실험 과정에서 의도적이건 비의도적이건 기기의 오작동으로 인해 데이터의 왜곡도 발생할 수 있다. 연구자와 연구책임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데이터 관리에 철저를 기하여야 한다.

④ 연구노트의 작성: 실험이나 조사가 다양하지 않고 여러 차례 지속될 필요가 없는 인문 · 사회계와 달리 이공계 연구에서는 지속해서 발생하는 실험의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데이터의 관리는 물론, 실험자의 연구 참여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되므로 실험노트 또는 연구노트가 이공계 연구의 핵심요소로 간주된다.

⑤ 데이터 가공: 이공계 연구에서는 다양한 실험장비와 방법이 사용된다. 이로부터 도출되는 원자료(raw data) 또한 수치, 사진, 그래프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연구자들은 이들 원자료를 적절히 통합하거나 가공하여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을 갖춘 형태로 논문에 제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의도적이든(데이터 변조) 비의도적이든(실수와 과장)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⑥ 큰 규모의 연구비: 주로 한두 명의 인건비와 수당, 그리고 자료조사비 등으로 한정되는 인문 · 사회계열 연구비에 비해서 다수의 인건비와 재료비, 활동비 등이 지출되는 이공계 연구비는 그만큼 잘못 쓰이게 될 여지가 커서 연구책임자의 투명한 연구비 집행과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⑦ ⑦ 연구결실에 대한 갈등: 이공계 연구의 결과는 논문으로 발표되거니와 적지 않은 경우 경제적 가치가 있는 특허 또는 기술이전으로 이어진다. 논문의 경우만 하더라도 다수의 연구자가 개입되므로 저자의 순서와 등재여부의 결정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나아가서 특허나 기술이전과 같이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결과물에 대해서는 보다 첨예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드물지 않게 평생 동안 지속되는 적대관계를 만들고, 나아가 바람직하지 못한 학계의 편가름까지로 확대될 수 있다. 또한, 그 파장이 사회적 차원의 부적절한 방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⑧ 생명체 대상 연구: 일부 이공계와 사회과학 계열의 연구는 인간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과거에 이루어진 연구들에서 실험대상이 되는 인간은 비윤리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심한 경우 건강에 해를 입은 적도 있었다. 현대에서는 이러한 실험대상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피해는 줄어들었으나,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철저하게 IRB심의로 통제를 받고 있고, 연구자는 이를 준수해야 한다. 동물에 대한 연구도 기관의 동물실험심의를 통해 관리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연구자는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로 연구에 임하여 헛되이 생명체가 혹사당하고, 또 생명이 경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 이들 특성들은 한결같이 인문·사회계의 연구와 대비할 때 나타나는 이공계 연구의 복잡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매우 다양한 실험과 많은 연구자의 참여,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인류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의생명과학계의 연구에서 여타 분야보다 많은 연구부정행위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공계 연구의 복잡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III. 우리나라 이공계 연구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점

-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연구부정이 발생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부정이 의심되는 행위로 접수되는 건수 자체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으며, 이를 전담하는 기관도 없다. 다만, 교육부 자료4를 통해 2008~2012년 사이 국내 35개 대학에서 169건의 위반사례가 있었음이 확인된다. 대학당 매년 1건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 발생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위반행위의 유형은 교육부의 자료에 의하면 표절(60%), 부당저자표시 (20%), 중복게재 (11%), 대필(6%), 위변조(4%) 순이었다. 한편, 2013년 1월 연구윤리정보센터와 BRIC이 공동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연구윤리, 어디쯤 와 있는가?”를 통해 국내연구자들 42%가 연구윤리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고민한 연구윤리 문제는 i) 저작권 또는 저자(41%), ii) 데이터가공(20%), iii) 연구노트(13%), iv) 생명윤리(9%) 등이었다.5 이 설문조사의 응답자는 주로 생명과학을 대표로 하는 이공계의 젊은 연구자일 가능성이 높다(BRIC은 생물학계통의 대학원생과 젊은 학자들이 정보교환을 하는 누리터이다). 따라서 설문조사의 결과는 이공계의 연구윤리 경향을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 출판윤리 문제를 비롯, 우리 학계에서 빈발하는 부적절한 관행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연구자들은, 또 연구기관들은 특히 이러한 문제에 취약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보다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1) 논문발표에서의 문제

① 중복게재와 실적 부풀리기: 국내에서 출판윤리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이슈는 동일한 내용의 연구결과를 중복해서 발표하여 연구업적을 부풀리는 중복게재(duplicate publication)이다.

② 부적절한 저자 등재: 연구에 실제로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행위는 과거에 많이 횡행하다가 2006년 이후 연구부정행위에 부적절한 저자표기가 포함되면서 잠시 감소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근래 들어 사회에서 논문 실적이 중시되는 추세에 따라, 학위나 논문 실적을 원하는 의료인, 기업인, 관료들이 증가하면서 저자가 될 만큼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저자로 등재되는 행태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과 같은 소장 연구자들은 정당한 기여를 인정받아서 저자로 등재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부정한 저자 등재로 인해 이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연구책임자의 잘못된 판단 탓으로 논문 저자로서의 권리가 손상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6

③ 부당한 언론플레이: 심사(peer review)를 통한 과학적 검증을 받지 않은 연구결과를 기자회견이나 신문을 통해 발표해 대중적 명성이나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도 황우석 박사 사태7 이후 줄어들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았다.

(2) 연구수행 과정에서의 문제

- 데이터의 진실성은 연구진실성의 핵심이자 이공계 연구의 기본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는 실험과 조사의 모든 단계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작단계에서 연구 설계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실험 과정 뿐 아니라 실험 개시 이전 및 연구 종료 후 올바른 데이터 보관의 문제에 이르러서도 철저를 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의 중요성이 제대로 교육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는 듯하다.

① 데이터 조작: 2005년도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Science)지 논문 조작 사태 이후에도 데이터를 생산하고 제시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인 속임수가 쓰인, 즉 데이터가 위조되고 변조된 논문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2006년 KAIST 김태국 교수의 네이처 케미칼 바이올로지 논문 데이터 조작8과 2012년도 서울대 강수경 교수의 데이터 날조9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한편, 의도하지 않았어도 실수, 부주의, 자기기만(self-deception)이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 철회(retraction)되는 논문들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의도되지 않은 경우, 즉 데이터 생산과 제시 과정에서의 착오로 인한 오류가 발생된 경우에는 대체로 저자 스스로가 그 실수를 공개하고, 논문을 철회하므로 크게 비난을 받지 않으나, 이 경우에도 왜곡된 정보로 유발된 혼돈은 학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친다.

② 부실한 연구기록: 실험에서 도출된 원자료(raw data)를 충실히 보관하고, 연구노트를 꼼꼼히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연구원들의 연구노트 작성과 관리는 부실한 편이다.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부정행위는 다른 사람의 연구, 특히 용역연구의 내용을 자신의 연구로 둔갑시켜 학위논문으로 제출하는 경우인데, 연구자 본인의 연구결과물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구노트에 데이터를 잘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3) 실험실 생활과 연구공동체 활동

① 실험실 갈등: 많은 사람들이 실험실 또는 연구실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생활하는 까닭에 다양한 차원의 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실험실 구성원 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문제인데, 2006년 생명과학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연구가 활발한 국내 생물학 실험실들의 절반이 연구에 장애를 초래하는 수준의 갈등을 겪고 있음이 확인된다.10

② 부실한 멘토링: 이공계 연구에서는 멘토(mentor)와 멘티(mentee)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멘토는 멘티에게 연구과정은 물론 연구가 끝난 이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많지는 않은 경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멘토가 연구지도자로서의 권한이 아닌 권력자로서 힘을 남용하는 일이 더러 보고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멘티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희생을 겪게 되지만, 어떤 때에는 연구부정을 행하여 멘토와 연구팀 전체에 앙갚음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도교수나 연구책임자는 대학원생이나 연구원을 활용 가능한 노동력이 아닌 후속연구세대로 인식하고 적절한 지도와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한편, 연구기관은 멘토에게 올바른 멘토링을 할 수 있도록 항상 주지시켜야 하고, 또한 실험실의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하며, 부정행위에 대한 내부제보자(whistleblower)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4) 생명체 연구의 윤리

① 사전 심의: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어떠한 경우에도 기관심의위원회(IRB)와 실험동물심의위원회에 사전심의를 거쳐서 승인을 득한 후 실험을 개시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학계의 연구자들은 어떤 연구와 실험이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로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며, 또 윤리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없지 않은 듯하다.

② 정보에 입각한 동의(informed consent):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피실험자로 부터 ‘정보에 입각한 동의’가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에 입각한 동의는 피실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피실험자로부터 실험에 대한 자발적인 동의를 얻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연구 과정에서의 적절한 절차를 확보하는 것도 포함된다.

IV. 우리나라 연구윤리의 정책과 현황

(1) 연구윤리 정책 추진 경과

- 연구윤리와 진실성 검증에 대한 체계적 논의는 2005년 줄기세포 논문조작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사건의 진실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밝혀졌으나 그 과정에서 조사의 주체와 방법, 조사의 원칙과 절차, 사후 처리 방안 등을 놓고 많은 혼란이 발생하였다. 이에 범정부 차원의 연구윤리 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구)과학기술부는 학계보다 앞서서 연구윤리 진실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하여 2007년 2월에 과학기술부 훈령 제236호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공포하였는데,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의 연구윤리 규범의 모체가 되고 있다.

- 이후 국가연구개발사업에 관한 과학기술기본법과 학술연구에 관한 학술진흥법에 연구윤리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으며 시행령과 미래부 부령, 교육부 훈령 등에 의해 법률적 체계가 구축되었다.

- (구)과학기술부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정 작업과 함께 연구노트 작성 지침 제정, 국가연구개발사업 공동관리 규정 개정 등 제도 마련에 초점을 맞추었다. (구)교육부와 학술진흥재단은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권고문, 연구윤리 사례 조사, 학계의 연구윤리 활동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연구윤리 교육과 인식 확산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인간대상 생의학 연구와 배아연구에 대한 윤리성 확보를 중심으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개정과 생명윤리심의위원회 체계 정비를 추진하였다. 문화부는 저작권법의 개정과 저작물 관리 기능을 강화하였다.

- 2008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면서 연구윤리 전담부서가 설치되었다. 이에, 연구윤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되고 연구윤리 인식 확산 및 사전예방, 표절 및 이중게재 가이드라인 제정, 연구윤리정보센터 구축 등 보다 종합적인 정책이 추진되었다. 현재, 연구윤리 관련 업무는 교육부 학술진흥과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연구윤리활동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정기적인 실태 조사, 연구윤리 포럼 개최, 대학 및 학술단체의 연구윤리 활동을 지원 등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 자체 검증시스템 도입 현황

- 연구윤리에 관한 정부의 지침을 보면 연구진실성 검증의 기본 원칙 및 절차와 함께,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 자체적인 연구윤리 규정을 제정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2010년을 기준으로 80% 이상의 국내 4년제 대학과 90% 이상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연구윤리 규정과 연구진실성위원회 등 자체검증시스템을 구축하였다.

- 이러한 활동을 통해 매년 적지 않은 수의 연구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 조사위원회를 거쳐 공식적으로 처리된 연구부정행위는 대학의 경우 2007년 18건, 2008년 32건, 2009년과 2010년에는 48건에 이른다.12

정부의 지침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의해 수행되는 연구에 한정되지만 각 연구기관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진실성 검증 체계는 학위논문을 포함하여 해당 연구기관이 수행하는 모든 연구에 적용된다.

제정시기 대학 학회 정부출연 (연)
2007년 이전 19 (10.6%) 82 (18.1%) 20 (55.6%)
2007년 80 (44.4%) 190 (41.9%) 8 (22.2%)
2008년 59 (32.8%) 137 (30.2%) 5 (13.9%)
2009년 이후 22 (12.2%) 45 (9.9%) 3 (8.3%)
180 (100%) 454 (100%) 36 (100%)
미제정 35 16 4

<시기별 연구윤리 검증시스템 구축 현황>11

(3) 과학기술계 동향

- 줄기세포 논문조작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제도적 노력과 함께 과학기술단체도 과학기술인들의 직업적·사회적책임에 대해 보다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과학기술한림원, 공학한림원,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공동으로 “과학기술인 윤리강령”을 공표(2007년)하였으며, 2008년부터는 학회 차원의 윤리 강령 및 규정 제정이 본격화되어 현재는 거의 모든 학회가 연구윤리 관련 규정을 보유하고 있다.

- 또한,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의편협, http://kamje.or.kr)를 시작으로 학술지 차원의 출판윤리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어 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과편협, http://www.kcse.org)가 설립되었으며 두 협의회는 국내 학술지 편집인을 대상으로 출판윤리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행하고 있어서 학술지를 통한 연구윤리의 정착도 기대가 된다.

Notes

[1] Resnik, David B., The Ethics of Science: An Introduction, 1998, London: Routledge, pp.53~73, 김환석, 「과학기술 시대의 연구윤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편, 『과학연구윤리』, 당대, 2001, 27~34쪽에서 재인용 및 일부 변형 활용.

[2] Shamoo, Adil E., and Resnik David B., Responsible conduct of research, 2’nd Edition; NewYork: Oxford, 2009, p.28.

[3] Committee on Asessing Integrity in Research Environments·Board on Health Sciences Policy etc, Integrity in scientific research, Washington D.C: National academies press, 2002, pp.34~35.

[4] 장용준, 「지난 5년간 대학연구윤리위반사례 중 파렴치 행위 86%」, 『나눔채널 News』, 2013.10.31, <http://www.e-nanoom.com/news/articleView.html?idxno=620>(2013.11.5).

[5] 연구윤리정보센터/생물학연구정보센터, 「연구윤리, 어디쯤 와 있는가?」, 『SciON』, 2013.1.23~30, <http://bric.postech.ac.kr/scion/survey/result.php?PID=236&STA=1>(2013.10.30).

[6] 김향미, 「이화여대 ‘네이처 논문 저자 논란’ 계속될 듯」, 『경향신문』, 2012.7.23,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231815381&code=940202>에서는 정확히 판명되지는 않았지만 학생이 부당하게 저자 배정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에 대해 소개하였다. 한편, 같은 날 『한국일보』에서는 “이화여대는 학생들이 공동저자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판정하고 네이처지에 이를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박민식, 「이화여대 “네이처, 남구현 고수 논문에 대학원생 공저 인정을”」, 『한국일보』, 2012.7.23,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207/h2012072323161321950.htm>(2013.10.30).

[7] 김덕련, 「황우석, 연구보다 언론플레이가 우선」, 『오마이뉴스』, 2006.9.2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03778)>(2013.10.30)에서는 황우석 박사가 언론을 통해 발표한 복제소 영롱이가 사실 논문으로 발표된 적이 없음을 지적하였다.

[8] 오철우, 「김태국 카이스트 교수 사이언스논문 중대결함」, 『한겨레신문』, 2009.2.29,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72972.html>(2013.10.30).

[9] 조현욱, 「서울대 “강수경 교수, 논문 17편 조작했다」, 『코메디닷컴뉴스』, 2012.12.5, <http://www.kormedi.com/news/article/1205326_2892.html>(2013.10.30).

[10] 황은성, 「제47차 과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생/연구원에 의한 지도교수/연구책임자 평가」, 『SciON』, 2006.11.21~11.30, <http://bric.postech.ac.kr/scion/survey/result.php?STA=1&PID=169>(2013.10.30).

[11] 이원용, 『2010년 국내 연구윤리 활동 실태 조사·분석 연구』, 한국연구재단, 2011, 22쪽.

[12] 위의 책,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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