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protocol) 출판

김수영 |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과편협 교육연수위원장

서 론

프로토콜(protocol)은 “자연, 사회 과학에서 실험 설계, 구현에서 사전 정의된 절차적 방법”으로 정의된다. 프로토콜은 의학 연구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의학에서 프로토콜은 ‘연구의 계획’이다. 모든 연구는 프로토콜이 있어야 하고,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1]. 최근 들어 프로토콜 출판이 늘어나고 있는데, 프로토콜을 출판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이슈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프로토콜의 등록

헬싱키 선언에 따르면 모든 인간 대상 연구는 공개되어야 한다[2].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연구가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는 연구 자체가 환자의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수행된 인간 대상 연구는 상당수가 출판되지 않는다. 우울증 약제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 연구에 대한 조사에서 승인을 위해 이루어진 연구 중 31%는 출판되지 않았고, 출판되지 않은 연구의 결과는 대부분 부정적(negative)이었다[3]. 수행된 연구가 출판되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결과(outcomes)들이 보고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 약제에 대한 허가 임상 연구에 대한 102개 프로토콜 중 실제 보고된 결과 변수가 원래의 프로토콜과 다른 경우가 62% (51/82)였다[3].

헬싱키 선언은 “모든 인간 대상 연구는 프로토콜이 있어야 하며 첫 환자를 모집하기 전에 공적으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2].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the 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는 2005년 7월 이후 시작하는 모든 임상시험에 대해 프로토콜 등록을 의무화하였다[4].

출판 비뚤림

이처럼 프로토콜이 등록되어야 하는 이유는 첫 번째 이유는 출판 비뚤림(publication bias)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출판 비뚤림이란 논문의 결과가 긍정적일수록 더 많이 투고되고, 더 많이 출판되고, 짧은 기간 내에 출판되기 때문에 출판된 연구만을 모아 분석하면 효과의 크기가 과대평가되는 비뚤림을 말한다. 이러한 비뚤림은 잘 알려져 있으며,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여러 연구의 결과를 종합할 때 잘 발생한다. 예를 들어 주요 우울증에서 reboxetine이라는 약제의 효과를 보았을 때 실제로 이루어진 연구는 13개였지만 이중 발표된 것은 4개에 불과했다. 만일 출판된 자료만을 분석하지 않고 전체 결과를 분석했더라면 우울증으로 인한 효과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부작용에 따른 탈락 가능성이 2배 증가하게 되었을 것이다[5]. 모든 프로토콜이 등록되어 있다면 이러한 출판 비뚤림의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선택적 결과보고 비뚤림

프로토콜이 등록되어야 하는 이유는 두 번째 이유는 선택적 결과보고 비뚤림(selective outcome reporting bias)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선택적 결과보고 비뚤림이란 특정 중재의 효과를 보기 위한 결과(outcomes) 중에서 긍정적인 것만을 보고하는 경우를 말한다. 선택적 결과보고 비뚤림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측정된 특정 중재결과 중 일부만을 보고하는 것(특정 중재결과 측정의 선택적 보고)이고, 두 번째는 분석한 내용 중 일부만을 보고하는 경우(분석에 대한 선택적 보고)이다. 특정 중재결과 측정의 선택적 보고의 예에는 측정 시점 중 일부만 보고하는 경우(예: 3, 6, 8주에 측정했지만 3주 측정치만 보고), 측정 도구 중 일부만 보고하는 경우(예: 여러 통증 척도로 측정했지만 그 중 하나만 보고)하는 것들이 있다. 분석에 대한 선택적 보고의 예에는 연속변수로 측정한 결과를 범주형 자료로 변환하여 보고하거나 여러 보정 결과 중 일부만 보고하는 등의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일부 결과만 보고될 때는 주로 긍정적인 결과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효과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이러한 선택적 결과보고를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연구 프로토콜이 등록되고, 등록된 프로토콜에 있는 결과와 실제로 보고한 결과를 비교해야 한다.

1) 프로토콜 등록의 장점
프로토콜을 등록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판 비뚤림과 중재결과의 선택적 보고에 의한 비뚤림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 이외에도 1) 연구의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게 하고, 2) 연구의 수행 및 분석에 대한 명확성을 향상시키고, 3)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알게 하고, 4) 연구에 대한 저자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5) 연구자 간의 협력을 증진한다[6]. 프로토콜 등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 디자인은 임상시험과 체계적 문헌 고찰이며, 주된 등록처는 그림 1과 같다.

프로토콜 등록 vs 프로토콜 출판

한동안 프로토콜은 등록의 대상이었지 출판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트렌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PubMed (https://pubmed.ncbi.nlm.nih.gov/)에서 protocol[ti]로 검색해 보면 2000년 469건에서 2021년 9,815건으로 급격히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프로토콜 등록처


<그림 2> 프로토콜 출판의 목적

프로토콜 출판의 목적은 연구자 관점, 학계 관점, 전체 사회 관점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다(그림 2). 프로토콜 출판과 관련된 몇 가지 이슈가 있다. 첫째는 프로토콜만 출판하는 학술지(protocol only journal)의 등장이다. 여러 국제 학술지에서 스핀오프(spin-off)처럼 프로토콜만 출판하는 학술지를 창간하고 있다. 예들 들어 Nature (impact factor [IF], 49.9)에서 Nature Protocols (IF, 14)라는 학술지를 발간하며, JMIR Research (IF, 4.7)에서는 JMIR Research Protocols (IF, 1.25)라는 protocol only journal을 발행하고 있다. 두 번째 이슈는 프로토콜 등록과 출판 중에서 어떤 쪽으로 힘이 실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쉽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견해로는 크레딧이 하나 더 추가되는 출판 쪽으로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학계에서도 프로토콜 출판이 관리나 확산 측면에서 용이하기 때문에 역시 출판 쪽으로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국내 적용 가능성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술지 중에서 프로토콜을 출판하고 있는 학술지는 없다. 하지만 프로토콜을 출판하면 최소한 1개의 인용은 보장이 되는 셈이므로, 인용도를 높이고 싶은 학술지나 원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학술지로서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참고문헌

1. WHO Regional Office for the Eastern Mediterranean. A practical guide for health researchers [Internet]. Cairo: WHO Regional Office for the Eastern Mediterranean; 2004. Available from: https://apps.who.int/iris/handle/10665/119703.

2. World Medical Association. WMA Declaration of Helsinki: ethical principles for medical research involving human subjects [Internet]. WMA; 2018 [cited 2022 Jun 14]. Available from: https://www.wma.net/policies-post/wma-declaration-of-helsinki-ethical-principles-for-medical-research-involving-human-subjects/.

3. Shinohara K, Tajika A, Imai H, Takeshima N, Hayasaka Y, Furukawa TA. Protocol registration and selective outcome reporting in recent psychiatry trials: new antidepressants and cognitive behavioural therapies. Acta Psychiatr Scand. 2015;132(6):489-498.

4. 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 Recommendations, 2022 [Internet]. ICMJE; 2022 [cited 2022 Jun 14]. Available from: https://www.icmje.org/recommendations/.

5. Eyding D, Lelgemann M, Grouven U, et al. Reboxetine for acute treatment of major depression: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published and unpublished placebo and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controlled trials. BMJ. 2010;341:c4737.

6. Nagendrababu V, Duncan HF, Dummer PMH. International Endodontic Journal policy on mandatory prospective (apriori) protocol registration for clinical trials and systematic reviews. Int Endod J. 2021;54(10):1685-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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