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과 연구윤리

엄창섭 | 고려대학교 교수, (사)대학연구윤리협의회 이사장

흔히 연구윤리는 “연구의 계획, 수행, 보고 등과 같은 연구의 전 과정에서 책임 있는 태도로 바람직한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지켜야 할 윤리적 원칙 혹은 올바른 행동 규범”1) 이라고 정의한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하 ‘혁신법’이라 함.)에서 연구윤리에 대하여

<표 1>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4장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연구윤리 확보 및 제재처분 관련 규정

국가연구개발혁신법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규칙행정규칙
제31조(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부정행위의 금지)
제56조(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부정행위)
제57조(부정행위에 대한 검증 등)
제58조(연구윤리의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지원)
제3조(부정행위의 제보 등)
제4조(부정행위의 검증 · 조치를
위한 자체규정 마련 등)
제32조(부정행위 등에 대한
제재처분)
제12조(연구개발과제 및
연구개발기관에 대한 선정평가)
제59조(부정행위 등에 대한
제재처분)
제33조(제재처분의 절차 및 재검토
요청 등)
제60조(제재처분평가단의 구성)
제61조(연구자 권익보호 등을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제62조(제제처분 정보의 등록 및
공개)
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 설치 ·
운영규정(훈령)
제34조(제재처분의 사후관리) 제63조(제재처분 등의 사후관리)
제35조(연구개발과제의 성실 수행) 제64조(연구개발과제 수의 제한)
제65조(연구노트의 작성 · 관리 및
활용 촉진)
국가연구개발사업 동시수행
연구개발 과제 수 제한
기준(고시),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노트
지침(고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매뉴얼. pp.7-8. (2021.06.)의 일부임.

다루고 있는 부분은 “제4장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연구윤리 확보 및 제재처분”2) 이다(표 1). 혁신법 제 4장은 모두 5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31조는 연구부정행위의 금지를 담고 있고, 제32, 33, 34조는 제재처분과 관련된 것이다. 나머지 제35조는 연구개발과제 수의 제한과 연구노트에 대한 규정이다. 이렇게 보면 혁신법에서 연구윤리를 보는 시각은 연구윤리의 기본적인 개념과는 많이 달라서, 책임 있는 태도나 바람직한 연구와는 상관없이 연구부정행위를 금지하고 부정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엄하게 벌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연구진실성은 연구윤리의 핵심 개념으로, 연구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과학적 핵심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즉, 연구가 전 과정에서 절차적으로나 방법적으로 문제없이 투명하게 이루어졌고, 연구의 내용도 객관적이어서 신뢰할만하며, 연구와 관련한 여러 연구자의 기여도 명확하고 공정하게 평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실성을 훼손하는 것을 연구부정행위라 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위조와 변조, 표절, 부당한 저자 표시 등이 있다. 연구부정행위는 속임수, 자기 기만 등으로 인해 연구자 자신은 물론 연구자가 속한 연구 공동체와 국가 사회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을 정도의 행위로서, 해당 연구가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연구윤리에 맞는 정직하고 책임있는 연구행위에서 심하게 벗어나고 의도적인 경우를 말한다.3)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본격적으로 연구윤리에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5년 발생하였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이후에 2007년 2월 8일 과학기술부에서 훈령 제236호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만들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약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그동안 우리 연구계는 훈령이 추구하였던 목적4)대로 궁극적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연구윤리 확보”를 위해 노력해 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연구부정행위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았나 하는 점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

물론 연구부정행위 방지는 윤리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부정행위 방지를 강조하고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연구부정행위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의혹이 늘어나고 있으며, 연구진실성을 해치는 새로운 형태의 비전형적인 연구부정행위 의혹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5).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그동안 너무 연구부정행위 금지만을 강조하다 보니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연구윤리란 무엇인지, 연구를 수행하면서 어떠한 태도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다, 일반적으로 법령과 규정에 규정된 연구부정행위만 하지 않으면 연구에서 용인된다는 잘못된 개념을 가지게 된 탓은 아닌가 생각한다. 연구부정행위의 방지도 중요하지만, 지금이라도 연구윤리에 대한 접근방법을 달리 하여 정말 올바른 연구 수행을 위하여 연구자들이 지켜야 할 윤리적 원칙은 무엇이고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이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계의 고민과 자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혁신법 제31조(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부정행위의 금지)와 혁신법시행령 제58조에서 “연구진실성, 연구부정 대응에 관한 종전 연구윤리 규범을 건강하고 성숙한 연구문화 조성을 위한 규범으로 범위를 확장”6)한 것은 혁신법에서 연구윤리에 접근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새롭게 연구윤리의 범주를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연구계에서 불만으로 등장하였던 여러 이슈를 연구윤리의 측면에서 새롭게 접근할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체 연구윤리 규정에 새로운 내용을 포함하라고 하는 것은 연구자와 연구기관의 측면에서 보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일 수도 있고, 정부에서 더 많은 규제와 간섭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연구윤리를 포함하여 윤리 자체가 해당 집단의 존재 가치를 위하여 자율적인 고민과 합의를 통해 정립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 연구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윤리적 상황이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혁신법 시행령 제58조에서 올바른 연구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면서도 그동안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다양한 범위를 언급한 것은 정부 부처의 간섭보다는 연구자와 연구기관에게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체 연구윤리규정에 어떠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적절할지,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태스크 포스에서 논의된 내용을 근거로 공청회에서 발표하였던 아주 기본적인 원칙만 언급하고자 한다7). 물론 이 또한 각 기관의 특성과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수정, 보완되어야 제대로 된 연구윤리 확보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차제에 연구자와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연구윤리를 정립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진실성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및 관리체계”(제1호)는 연구의 기획, 수행, 확산 등 연구의 전과정에서 정직성, 객관성, 공정성, 책무성 등의 윤리적 가치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즉, 연구자는 연구비 및 연구자료의 관리, 연구 성과의 사용 등 연구의 모든 측면의 연구진실성을 확보하면서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여야 한다. 또 연구개발의 경제적·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여야 한다. 연구개발 기관은 책임있는 연구수행을 위한 환경 조성, 연구윤리 제도 수립, 연구진실성 확보를 위한 교육과 훈련의 제공 등 관리체계를 마련하여 연구자가 올바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문교류에 관한 윤리”(제2호)는 연구결과의 발표 등 학술 활동에서 연구결과 발표의 진실성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는 연구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고려하고, 국가 핵심기술, 국가안보나 민감한 정보 등 관리가 필요한 연구자료의 발표 등에 대하여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부실한 학술활동으로 연구자 등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예방 및 대응책을 마련하여야 하며, 해외 출장 등의 경우 이해충돌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해충돌 예방 및 관리”(제3호)는 연구자의 이해관계로 인하여 연구가 부당하게 편향될 우려가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재정적, 직무 관련, 인적, 지적 이해충돌 등에 대하여 공개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경우 해당 이해관계를 축소,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골자이다. 본인뿐 아니라 제3자의 이해충돌 제보나 의견 제시 등을 심사하고 대응하는 방법과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이해충돌의 범위가 매우 넓고 다양하며 2022년 시행 예정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8)과의 합치성 등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어 그 관리에 어느 정도 부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연구자에게 왜 이해충돌이 중요하고, 어떤 상황이 실제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교육하여 이해충돌을 공개함으로써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 대상 연구 및 동물 실험에 관한 윤리”(제4호)는 기존에 존재하는 인간 대상 연구 및 동물실험과 연관된 다양한 법률을 기반으로 연구수행과정에서 연구자 및 연구기관이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의미하며, 기존에 기관연구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나 동물실험윤리위원회(Institutional Animal Care and Use Committee)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특별히 수정할 내용은 없다. 중요한 것은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는 경우 연구대상자의 인권과 존엄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통하여 연구 시작 전에 사전 심의와 승인을 받고 연구를 진행해야 하고, 연구대상자로부터 자발적인 동의를 구하여야 하며, 연구대상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비밀을 유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동물실험과 관련하여서도 실험동물의 건강과 복지의 존중이 제일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동물실험 관련 위원회로부터 동물실험 시설의 운영, 동물실험과 관련된 사전 심의와 승인, 연구 수행에 대해 지도 감독을 받아야 하며, 적절한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건전한 연구실 문화 조성”(제5호)은 연구실 구성원 간 상호 존중하는 사고하에 개방형 소통을 통한 공동체 지향의 문화를 정립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올바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실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문화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으로 연구자의 권익 보호, 연구 활동과 처우 보장, 연구 수행과 관련하여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다. 특히 연구와 관련하여서는 연구 참여 기회와 연구성과의 평가 등을 공정하게 해야 하며, 연구자 상호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예방과 관리, 연구실 내의 소통 강화, 그리고 연구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다양한 측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최근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신기술 개발과 급속한 변화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변화되는 과학기술과 연구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어떠한 환경 속에서 어떤 연구윤리 개념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여야 우리 연구자 스스로도 만족하고 사회의 요구와 기대에도 부응할 수 있을지, 우리 스스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혁신법 시행으로 우리 연구자들이 연구부정행위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연구를 위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큰 개념의 연구윤리 정립을 위해 노력하게 되기를 바란다.

1) 엄창섭, 이원용. “연구진실성 연구윤리 업무 매뉴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p.8. (2021.06.)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매뉴얼. pp.7-8. (2021.06.)
3) 엄창섭, 이원용. “연구진실성 연구윤리 업무 매뉴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p.25. (2021.06.)
4) 과학기술부훈령 제236호(2007.02.08.), 제1조(목적) 이 지침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19조의2에 의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추진·관리하거나 수행하는 기관들에게 연구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연구윤리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역할과 책임에 관하여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함을 목적으로 한다.”
5) 이효빈, 조영돈, 조진호, 김강배. 2020 대학연구윤리실태조사 보고서, 한국연구재단. (2021.04.)
6)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매뉴얼. pp.121. (2021.06.)
7)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공청회 발표 자료. (2021.11.)
8) 법률 제18191호(국민권익위원회)로 제정되었으며 2022.5.19. 시행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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