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판사는 10년 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조윤상 | 엠투피아이(M2PI) 대표

지난 9월 10일 “학술 출판의 10년 후를 조망하다”라는 주제로 과편협 창립 10주년 기념 컨퍼런스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학술 출판이 많은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 10년 후의 국내 학술 출판이 더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는 주제인 듯하였다.

그런 취지로, 과편협이 창립되었던 10년 전을 뒤돌아보면서 2021년 현재 시점에서 10년 후 학술지 출판시장에서 출판사의 위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국내 출판사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예측해 보고자 한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출판시장에서는, 특히 과학 학술지 분야에서는 크게 두 가지 변화를 살펴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오프라인 출판(아날로그)에서 온라인 출판(디지털)으로의 변화이고, 두 번째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의 활성화라고 볼 수 있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발간한 “과학기술 논문성과 분석 연구”의 연도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2019년 SCIE에 논문 69,618편을 게재하여 세계에서 12번째로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1]. 특이한 점은 한국은 대부분의 경우 대형 출판사가 아닌 학술지를 발행하는 주체인 학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학술지를 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출판사 또한 이러한 편집인의 눈높이에 맞춰 국제 대형 출판사의 서비스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한 준비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술지 출판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면서 전 세계의 출판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와 기술 개발을 더 서둘렀다. “The Global Publishing Industry in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5개 출판사의 시장 점유율이 2008년 34%에서 2018년 51%로, 지난 10년 동안 50%나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1)[2].


<그림 1> Share of the top five publishers, based on articles counts.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는 점은, 국내 대부분의 학술지는 해외 대형 출판사를 통해 발간하지 않지만 국제적으로 상위를 랭크하고 있고 많은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회가 직접 학술지를 발행하는 주체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학술지 발행에 힘쓰는 동시에, 국내 출판사 또한 편집인의 눈높이에 맞춰 대형 출판사와 겨룰 만한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국내 학술지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출판사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디지털 혁명, 디지털 출판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력을 가지고 계속 시도하고 있어서이다. 앞으로 국내 기술은 디지털 혁명에 발맞춰 점진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에 맞게 새로운 오픈 사이언스(Open Scinece) 운동,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가 학술지 출판시장의 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본다.

첫 번째로 오픈 사이언스는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많은 연구자가 오픈 액세스를 통해 COVID-19 관련 논문들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빠른 시일 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구를 알려 COVID-19를 극복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에 상업 출판사에서도 COVID-19 관련 논문을 무료로 제공하고(오픈 액세스), 데이터를 무료로 개방하여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오픈 데이터), 공동 협력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오픈 협업). 이처럼 오픈 사이언스는 출판물과 연구 데이터의 공유를 통해 과학 연구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연구 과정과 성과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공유로 과학기술 활용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고 있다.

오픈 사이언스의 발전과 함께 학술지 출판 과정에서 개방형 동료심사(open peer review)도 점진적으로 시행될 것이다. 이는 동료심사에 비해서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심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임으로서 학술지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다. 개방형 동료심사 시스템이 적용되면 학술지 발간 프로세스도 변경되어야만 하기에, 개방형 동료심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F1000 Research (https://f1000research.com)의 동료심사 시스템과 학술지 발간 시스템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출판 시스템의 정비를 준비하여야 한다.

두 번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저자와 편집자들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신속한 원고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이미 학술지 출판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술은 우리 현실과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 한 예로, 제출된 원고에 대한 표절 검사, 참고문헌 검증, 영문 오탈자 점검 등이 이미 실무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출판사의 규모로 볼 때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AI 기술을 구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기에는 연구 개발을 위한 자금력, 연구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국내 출판사는 대부분 소규모이기에 현실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아니더라도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적절한 심사위원 추천, 참고문헌 검증 등은 어렵지 않게 적용 가능하다. 현재 활용하고 있는 표절검사 시스템처럼, 다가오는 미래에는 불가능했던 부분들에 대한 좀더 많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제공될 것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적용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며, 모든 사람들이 아바타(avatar)를 이용하여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게 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세계다. 실제로 학술지 출판시장은 학술지 중심에서 독자 중심으로의 변화할 것이고, 매 호 발간 논문에 대한 발간기념회를 가상으로 개최하여 독자들이 아바타로 참석하면서 활발한 토론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그림이나 표에 대한 permission을 NFT (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 토큰)로 적용하여 구매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학술지 출판시장에서 국내 출판사가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보며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새로운 오픈 사이언스의 활성화에 따른 새로운 출판 서비스 준비, 빅데이터를 이용한 AI 활용방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대면 시대가 COVID-19로 앞당겨지게 된 만큼 학술지에서의 메타버스 서비스 적용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상위 5개의 출판사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 10년 동안 50% 성장한 만큼, 국내 출판사의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과학 학술지의 영향력이 지난 10년 동안 놀라운 성장을 하였기에, 앞으로도 더 큰 성장이 예상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국내 출판사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고정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해외 출판사가 하고 있는 출판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를 확장하거나 통합하여 one-stop 서비스로 전환하여 편집인들의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고, 출판업무 외에 전문적인 컨설팅, 적극적인 마케팅 및 홍보, 그리고 전문 편집인력 양성 등을 수행해야만 10년 후에도 국내 출판사가 생존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사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변할지 명확히 가늠할 수가 없지만, 과학의 발전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인간에게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가며 발전하기에, 시대의 흐름에 맞게 충분히 준비하고 고민하다 보면 지금의 고민이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1.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과학기술 논문성과 분석연구(2005-2019) [Internet]. Available from: https://kistep.re.kr/board.es?mid=a10305080000&bid=0002&act=view&list_no=25243&tag=&nPage=4.

2. International Publishers Association,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The Global Publishing Industry in 2018 [Internet]. Available from: https://www.wipo.int/edocs/pubdocs/en/wipo_pub_1064_2019.pdf.

Copyright by Korean Council of Science Editors
The Korea Science & Technology Center 2nd floor, 22 Teheran-ro, 7-gil, Gangnam-gu, Seoul 06130, Korea
Tel: +82-2-3420-1390   Fax: +82-2-563-4931